eesem 2011. 4. 12. 02:06
최근에 일어난 놀라운 일이라면.. 내가 런던에서 잠시 한학기정도 배우던 교수님이 경희대에 교환교수로 오신거다.
작년에 오신것을 뒤늦게 트위터에서 소식을 알게된 것인데 국민대에서 초청 세미나를 하고 계시길래 메일을 드리고 장소에 가보았다.
강단에서 부산하게 파워포인트를 준비하고계신 그분은 2005년부터 내가 골드스미스에서 봐왔던 j선생님이 아닌가.
으악.. 실제로 한국에 와계셨었다니이. 그것도 작년부터 와계셨는데 이제야 알게되었다니.
선생님이 영어로 한마디하면 한국어로 통역하는분이 한마디 하는식으로 강의는 이루어졌고 강의내용은 내가 2006년 배우던 것의 연장선상이었다. 나는 결국에는 선생님의 방식을 따르지 못하고 전과를 했지만 반가운건 반가운거다.

이 선생님에 대해 잠깐 소개해보자면. 예술가 출신으로 골드스미스에서 10년동안 파인아트 학과장으로 계시다가 디자인퓨쳐라는 석사과정을 만드셨다. 이 학과는 뭐라고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과로 10명조금 넘는 학생들이 모여 각자의 관심/전공분야에서 한두개의 질문을 가져와서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하고 다각도로 살피고 다양한 관련자들을 만나고 토론하며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다. 한마디로 나로서는 "내가 지금 뭐하는거지?"하고 어리둥절해지는 학과였다. 메타디자인이라는 용어 한마디로 선생님이 하는일을 정리하기에는 지나치게 명료하다. 가명으로 젊은시절부터 결성한 밴드활동을 지속하다가 호기심많은 학생들의 뒷조사에 의해 들키기도 하셨는데, 주말에는 고향인 리버풀로 가셔서 열정적인 공연을 마치고 월요일 아침이면 근엄하게 수업을 이끄시는 이중생활을 하신다. 일본에는 30년된 팬클럽이 있어서 최근 도쿄공연을 하시기도 하셨다니 나는 알수없지만 어떤 세계에서는 꽤 유명하신것 같다. 체크무늬 양복과 짝째기 양말을 신고 선량한 얼굴을 하신 흰머리의 파란눈 노신사.

몇년전의 이메일을 더듬어서 다른 학생들 몇명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어렵게 식사자리를 만들었다. 선생님 부부를 사적으로 만난것은 처음이었는데. 안국에서 12시에 점심약속이었는데 어쩌다보니 흥에겨웠는지 밤 10시반까지 함께있게 되었다. 선생님 부인은 독일인으로 쾌활한 화가셨다. j선생님의 한국행에 대해 본인보다 더 신나하셨다는 부인님은 어느새 두산갤러리에 전시일정까지 잡혀있으니, 놀랍지도 않지만 선생님 부부는 몇개월만에 이미 나보다도 한국인 인맥이 더 많으신듯 했다. 어쨋든 그래도 j선생님이 지하철에서 버스카드를 충전하시거나, 사람많은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잡고 서계시거나, "여기요"를 완벽하게 구사하며 식당에서 능숙히 주문하시고, 이메일에는 이모티콘 ^___^ 가... 으악. 곧 한국말 익히실 테세가 아니신가.
두분의 모습은 꽤 보기좋아서 내가 나이들어서 저런 모습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글쎄 과연!

선생님 부인이 가져오신 새로운 정보에 의하면 런던은 올림픽때문에 많이 개발되어서 가난한 예술가들이 많이 살던 해크니마저 투자자들에 의해서 땅값이 매우 올라서 젊은 예술가들이 발붙일곳이 없고 최근은 근방의 Newington지역이 그나마 싸고 괜찮하고 한다. 믿을수 없지만 학교가 있었던 뉴크로스지역도 꽤나 깨끗해지고있다고..
그렇게 오래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꽤 오래된 일이었고, 오랫만에 아련한 그리움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