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사회주의적인 유토피아의.
오늘은 미술관 자료실에서 책을보고 발췌하며 그룹 크리틱에 참여한 h를기다렸는데 오늘은 무려 6명이 하는날이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는데 그룹 크리틱에서 어느 여자분이 낭랑한 목소리로 "사회주의적인.. 러시아.. 유토피아적인... " 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7시 반이 넘어서 끝난 이후에 h는 너무 지루했다며 심지어는 막 소리를 지르고 뛰쳐나오고 싶었다고 해서 마구 웃을수 밖에 없었다. 어떤 느낌인지 알것 같았다. 아마도 h의 입장에서는 대개가 너무 현학적이고 철학적이면서 감동이 없는 작업을 선보였던 것이다. 자신의 작업을 스스로 일구어 나간다는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런데 자신의 진심을 타인에게 전달하기란 또 얼마나 어려운가. 이 모든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작년에 알마가 서울에 있을때 '그문화'라는 까페 갤러리에 알마 지인의 전시를 보러간적이 있었다. 알마는 그문화의 주인쯤 되는 사람과 대화를 하며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기 시작했는데 "my work is about social.. political...(내 작업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렇게 말하면서 진지하게 눈을 크게뜨고 사람을 겁주는듯한 무서운 표정으로 잠시 바뀌었다.
나는 알마를 무척 좋아하지만 그순간 특히 귀엽다고 생각했다.
알마가 한국에서 한 전시는 수채 느낌의 기하학 도형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구성의 맑은 그림들이었다. 그런데 밝고 가벼운 그림과 상반되게 제목이, 지금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무척 길고 무거운 21세기의 '전지구적인 거대 담론'을 논하고 있었다. 이 제목이 뭐냐고 묻자, 그때 그림을 그리며 하고있었던 생각이라고 했다.
물론 알마가 언급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작업은 위의 그림이 아닐 것이다.
알마가 속한 그룹 http://www.foreign-investments.com/ 에서 사람들에게 버릴 물건을 달라고 해서 이를 수집한후 금박을 입혀서 1파운드, 혹은 시간당 노동의 가치를 계산해서 그 가격에 금박 오브젝트들을 판매한 작업을 얘기하는 것일 것이다. 꽤 잘팔려서 완판했다고 들었다.
의미가 없는 것은 사람을 두렵게 한다. 그래서 자신이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아야 하고 기를쓰고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것이 아닐까. 그것이 비록 정치적이고 사회적인며 사회주의적이고 유토피아적인 것이라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