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수십개의 박스를 일주일째 치우지못하고 있다...
이것은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짐이 한가득 널부러져 있는데 수납공간이 없는 상황.
70센치에 한단씩 있는 수남장따위 정말 쓸모없다. 결국 수납장 안에 물건을 놓기위한 수남장을 따로 사야 한다.
역시 나는 모르는사람의 삶을 관찰하는 상황을 암암리에 강요, 권장당하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보다는 일기장 블로그정도가 딱이다. 네트워킹 당하는것을 좋아하지 못하는 나는 영원한 소외자인지도.
홍상수의 이번 영화를 보고 대체 이사람 이런 시나리오를 어떻게 쓰는거야, 이런 디테일이라니 하고 감탄을 금치못했다.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채집하면서 즐거워했을 것이 상상이 간다. 실제로 유준상은 최근 피아노를 배워서 홍상수감독 앞에서 즉흥연주를 해보이고는 "우와- 다시하라면 이렇게 못할꺼같애. 녹음할걸.." 이라고 말한적이 있는데 역시 그걸 대사로 쓰셨다는.
그중에서 이해가지 않는게 몇가지 있는데, 어머님의 타인인 아들또래 남자를 향한 모자니 아파트니를 주는 이상한 내리사랑의 감정 자체, 그리고 (고작) 시어머니될 사람이 자기 옛 남친을 안다는 이유로 남친과 헤어지고 슬프고 어두운 옛남자에게 다시 전화하는것 정도..
홍상수의 영화는 왜 웃길까. 타인의 치열한 사랑이나 번뇌나 갈등도 제3자의 눈으로 보면 코미디가 따로없는 웃음거리일 뿐인건가. 영화에서 사람들이 화를내거나 울때마다 상황자체가 웃기기 이를데 없었다. 홍상수는 오랫동안 울음을 관찰해온것 같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서의 하정우의 울음같은 장면이 하하하에는 꽤 자주 나오는데 근본을 알수없는 공격적인 애국심(??) 이라거나, 처음 같이 자고난 남녀가 거짓 희망에 사로잡혀 부둥켜안고 울며 감격한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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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리하다가 나온 중학교때 친구의 편지를 보니 원색적이기 그지없다.
" x랑 x랑 뭐? 싸웠다고? 궁금하다. 왜 싸웠을까? 말해줘.
2학년되면 다 떨어질텐데. 나는 y 랑 z 랑은 같은반 안됐으면 좋겠어."
그때는 삐삐도 핸드폰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어서 낭만적으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스캔들을 공유했던 것 같다.
이나중 탁구부를 무척 사랑했던 이 친구하고는 추한것에 대한 취미가 비슷해서 상상할수 있는 옷갖 추남이라든가 추레한 것을 그리며 즐거워했었지. 저 편지에도 여지없이 추레한 인물 한명이 그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