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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분리
eesem
2010. 11. 10. 01:00
전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의외로 공간의 느낌을 좌우하는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각각 다른 재료가 만나는 지점이다.
"재료분리" 라고도 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추리닝입고 짝다리 걸치고 있는사람'같은 인상이 될수도 있고 '정장입고 각잡은 느낌' 이 될수도 있다. 예를들어서 걸레받이나 몰딩같은 요소들. 방의 벽과 천정이 만나는 모서리에 '몰딩'을 댈수도 있고 매지를 1cm정도 파서 공간감을 줌으로써 정리할 수도 있다. 경험상 특히 주의해야할것은 건물 입구에 돌계단/발판과 시멘트가 만나는 부분같은 경우 높낮이를 주어서 확실히 공간감으로 분리해주지 않고 구렁이 담넘어가듯이 평면으로 어물쩡 넘어가면 돌인지 장판인지 시멘트인지 구분도 가지않는 괴현상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 있었던 출입구 공사에서 몸소 체험해버리고 만것이다. 멋진 정장을 준비해 놓았는데 현관이 남루하게 추리닝을 입고있었다.
혼자서 하는 평면 디지털 작업이 더 익숙한 나는 방대하고 비싼 재료와 인력들이 팀으로 붙어서 일을 하고 일의 성격상 실수를 돌이킬 수 없기에 이것이 너무나 괴롭다. 만약 컴퓨터작업이라면 콘트롤 제트나 애플 제트가 있어서 되돌릴수 있을텐데. 그런 측면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현장을 계획하고 관리하고 실행에옮겨서 머릿속의것을 그대로 건축으로 옮기는 건축가라는 직업은 정말 대단하다.
물론 재료를 선택하고 형태를 구상하는 것을 좋아하고 아빠가 혼자하시기에 무리인 부분이 있어서 관여하게 된 것이긴 하지만, 한번의 실수가 몇천 몇백의 손실로 연결되고 이미 지어진 것을 다 부수어서 고칠수도 없는 상황이 생기는 괴로운일을 직업이라면 덜랭이같은 나는 감당할수가 없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