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고 나간 일 관계 모임에서 너무나 신경쓴 약간 빈티지 느낌의 정장에 발목이 보이듯 살짝 짧은 바지에 구두, 검은장갑에 서류가방을 점잖게 들고 반짝반짝한 옆가르마 헤어스타일을 한 남학생을 보았다. 너무나 오랫만에 보는 멋쟁이 남성이어서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아니 사실 처음 본것 같다. 뭐랄까 마치 한블럭한블럭 정교하게 쌓인 젠가처럼, 하나 더할수도 없고 뺄수도 없게 정교하게 코디된 신경쓰인 의상이라니...
2.
아빠가 몇년전 수술을 받으신 이후로 음식에 신경을 써야해서 내가 식사를 차리게 되는날에는
되도록이면 탄수화물/설탕/고기/맵고짠것 피하려고 한다. 엄마는 너무 그렇게 신경쓸 필요 없다며 남편에게 거액의 생명보험을 들어둔 둘째부인처럼 탄수화물+고기+맵고짠것 의 식단을 대범하게 주시곤 하지만 ...
여튼 오늘 나물과 버섯을 비빔밥 해드렸더니 게눈감추듯 드시고
"너무 맛있게 먹었네. 부끄럽다. 음식이 너무 맛있다는게 부끄러워." 라는 알수없는 말씀을 하셨다.
3.
얼마전에는 신문을 보면서 "시와 산문중 뭐가 더 위냐고? 당연히 시지. 난 이거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얼마나 멋있어.." 하시며 신문에 실린 시를 매우 감명깊어하셨다. 아빠는 가끔 알수없는 것에 대해 대단히 깊은 감명을 받곤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