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에서 오는 아름다움

2010. 7. 4. 16:34 from 일상
2005년 8월의 어느날 y와 함께갔던 산책길에 주은 낙엽 몇가지.
그때의 나는 7.7 런던테러 및 유학생의 신분으로 순간의 영원하지 않음, 그것의 아름다운과 소중함을 많이 느끼고있었기 때문에
순간은 영원하지 않지만 너무나 아름답다 라는 내용의 간단한 내용으로 노란 잎 스캔한것을 친구 y에게 메일보냈다.

그러나 y에게 온 답장은 현재는 아름답지만 영원하지 않다는  내용으로 매우 묵직했다.
이런 아름다운 잎들은 해마다 가을이면 볼수있겠지. 하지만 어제 주은 그 특별한 잎사귀들은 마치 현재 우리의 우정과 같아서 지금 매우 특별하고 아름답지만 시간이 가면 서서히 죽어가겠지. 아름다운 추억과 사진들을 남긴채.

게다가 사진의 제목은 saem_leaves.jpg였고 귀여운 노란잎들을 스캔하려고 손에 쥐고 걸어온 짧은 순간 이미 갈색으로 변했다는 점이 마치 종말을 예고하듯이 우울함을 부추겼던것 같다. 급기야 왜 잎사귀의 시체들을 자신에게 보냈냐는 원망도 들었던거 같다.

 인생이 변함에 따라 내가 좋아하는 모든 사람을 움켜쥐고 계속 살수는 없는 슬픔이 있지만, 운이좋게도 여태까지 좋은사람들을 만나서 좋은 영향을 받고 보살핌을 주고 받으며 살아온 것이 감사하다.

2010년의 노란 잎



* 한참이 지난 후에 학교에서 학생들과 토론하다가 일본인 친구 마리코가 一期一會 라는 일본의 고유한 개념을 이야기했다.
이찌고 이찌에라고 발음되는 이것은 한번의 기회, 한번의 만남이라는 뜻으로 사람들을 만날때 다시 그 사람을 볼수 없을 것처럼 대한다는 의미인데. 몇백년전 전쟁이 일상이던 시대에 내가 이 사람을 오늘 보면 내일 또 볼수 없을수도 있는 절박함에서 나온 말이다.
넓게보면 현재를 즐기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는 뜻도되고  반면 내일일은 모르니 오늘을 즐기자는 쾌락주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불어일것으로 생각되는 작은 죽음 "Le petit mort" 는 아름다운것을 볼때, 경험을 할 때 이 아름다운 순간을 간직하거나 다시 경험할수 없음에서 오는 슬픈 감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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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esem :